음악방송과 사연

잠 깨주세요.

여름나라겨울이야기 2008. 3. 9.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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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깨주세요.
2008년 03월 09일(일)

로엔님 안녕하세요.

본방사수 여름나라겨울이야기입니다.

새벽을 깨우시느라 고생이 많으시네요.

방송을 하면서 많이 피곤하실 것 같아 

정신이 드는데 도움이 될 저의 이야기를 하나 해드리려 합니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슬픈 일들과 기쁜 일들이 있기 마련이죠.

슬픈 일 보다는 기쁜 일로 하나 짧게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믿어주세요. 

이전 이야기 보다는 짧아요.

제가 자대에 배치 받고 신병으로 지낼 때의 일입니다.

저희 나라는 그 때도 지금과 같은 정전이 아닌 휴전의 상태, 

즉 언제라도 6.25가 재발하여도

이상할 것 없는 상황이었죠. 그래서 저희의 임무는 전쟁 대비가 주업무였답니다.

늘 출동 상황을 정비하고 여름 장마철에는 

연병장에 물이 고인 곳을 주야와 새벽을 가리지 않고 흙으로 덥고 제초작업을 하며

겨울에는 언제나 출동할 수 있도록 주야와 새벽을 가리지 않고 

악마의 똥까루라고 하는 눈이 오면 제설 작업을 하곤 했습니다. 

이런 작업은 7명 정도가 구역별로 진행하게 되는데 

이때 고참이 자기의 지갑을 털어 간식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제가 신병이던 그 여름 PX 에서 

1리터짜리 사이다 한병을 제초작업 중에 사오게 되었죠.

한창 작업 중이던 제 위 6명의 고참은 그 서열대로 1리터 사이다 PT 병을 

컵 없이 들이키고 그 다음 서열에게 넘겨 주었습니다.

그러던 중 제 바로 위 고참이신 정일병님 차례일 때 겨우 한 모금이나 될까한 

사이다만이 PT 병을 채우고 있었습니다.

저는 속으로 제게 돌아올 사이다는 없겠구나 하고 깊은 체념과 슬픔을 느껴야 했지요.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입니다.  컵없이 PT 째로 사이다를 들이킨 

정일병님에게서 제게 PT 병이 넘어 왔을 때는 정일병님께 갔던

사이다 양보다 무려 3배나 많은 사이다가 있는 것이 아닙니까.  

저는 너무나 기쁘게 그 사이다를 들이켰죠.

지금도 가끔은 그 때 그 정일병님의 배려가 생각나곤 한 답니다. 

제 삶의 기뻣던 사건 이었죠.

로엔님은 삶에서 어떤 기쁜 일들을 기억하고 계신가요? 

하나 들려주시면 좋겠네요.

그리고 앞으로의 삶 속에서 로엔님과 제게 기쁜 일 가득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그 시절 군대 생각이 나서 "입영 열차 안에서" 를 신청합니다.

어느 가수분의 버전이라도 좋습니다. 

그럼 좋은 새벽 되세요.

후보곡:
마법의 성 - 애즈 원 버전 (없으시다면 다른 분 버전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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